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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Latin America

[쿠바] 엉망진창 아바나 여행_Havana,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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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lexander Kunze on Unsplash

비행기는 놓쳤고, 비자는 내일 만료, 다음 비행기는 모레. 나는 불법 체류자인가

콜롬비아 교환학생이 끝나고 볼리비아 인턴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가량의 여유가 생겨 쿠바와 멕시코 여행을 결정했다. 콜롬비아에서 쿠바로 가는 비행기는 경유 편도 편(메데진-보고타-파나마-쿠바)이 50만 원으로 비쌌기 때문에 메데진-보고타, 보고타-쿠바 비행기를 따로 구매하여 30만 원으로 구입했다. 만일을 대비하여 5시간가량의 여유 시간을 두고 구매했다.

그리고 그 날 메데진에서 보고타로 가는 비행기가 7시간 연착됐다.

다행히 예전에 몰타에서 생활할 때 룸메이트였던 콜롬비아 친구가 보고타 공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산드라의 도움을 받아 무료 호텔 바우처를 얻을 수 있었고,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안내받았다.

이미 멕시코행 비행기를 사둔 터라 어쩔 수 없이 쿠바를 가야만 했다. 거금 100만 원을 들여 파나마 22시간 경유하는 비행 편을 구매했다.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리다. 20만 원 아끼려다 100만 원이 한 방에 나갔다.

파나마 경유하는 김에 무역학도로서 아무것도 볼 것 없는 파나마 운하 다녀온 이야기는 언젠가 기록할 날이 오겠지.



2018.06.25

세상 무서운 까사

어쨌거나 겨우 쿠바에 도착해서 동행 언니가 예약해준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아바나 공항에서 혼자 택시를 타는 건 위험하진 않지만(내 기준)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보통은 남미사랑 쿠바 단톡방 같은 곳에서 동행을 구해 택시를 탄다. 그렇지만 난 이미 비행기를 놓치고 새로 티켓을 구입하는 데에 100만 원 이상을 쓰며 크게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편한 선택을 했다. 덜거덕덜거덕거리는 올드카 택시에 올라타서 바라보는 아바나의 야경은 꽤 아름다웠다. 한참 찾았는데 사진이 안 보인다. 패스

Photo by Dorothea OLDANI on Unsplash


tmi 1. 그렇게 약 50시간 만에 다시 만난 동행 언니와 감격의 재회를 한 후, 굶주린 언니를 위해 들고 온 빵을 구웠다.(알다시피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라 일반적인 슈퍼마켓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갑자기 까사(쿠바 숙소는 까사 Casa라고 부른다.) 주인 할머니가 굉장한 표정으로 나오시더니 이해할 수 없는 스페인어로 화를 내신다. 그러면서 또 빵은 대신 구워주셨고, 그렇게 눈치 보며 먹은 빵에선 미역국 맛이 났다.

tmi 2. 저 짧은 기간 동안 각자 고생한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화장실 문도 안 닫고 씻으면서 계속 대화했다. 이때부터 우리의 신혼여행 코스프레가 시작되었다.



2018.06.26
카리브해의 여름은 지옥인가 싶을 정도로 뜨겁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볼거리도 많았다. 언젠간 꼭 사진을 정리해보겠다.

아쉽게도 이 날 일기에 적은 내용은 관광지가 아니라 피자 가게에 대한 온갖 욕이다. 관광지는 기억에 남지 않았나 보다.

아바나 골목에서 먹거리 구입하기는 전쟁과 같다.

사건 1. 토핑 제멋대로 올려주는 식당
피자 가게에 가서 미니 피자 6판을 주문했다. 토핑을 다 다르게 부탁했는데 이놈들이 우리말 제대로 안 들으려고 라디오 볼륨을 올렸다. 그래 놓고는 6판 모두 제일 비싼 토핑을 올려놨다. 지금은 점잖아서 그런 표현을 쓰지 않지만 당시에는 한국어로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해줬던 것 같다.

사건 2. 호객 실패하면 세상 심한 욕하는 호객꾼들
골목에는 호객꾼이 정말 많다. 낡은 메뉴판을 들고 미친 듯이 달려드는데 놀랍게도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모네다 피자였기 때문에 다 거절했더니 영업용 미소 싹 지우고 세상 심한 스페인어 욕을 한다. 뿌따 치나는 기본. 이놈들........ 우리가 너희한테 그렇게 심한 잘못을 했니. 내 스페인어 욕은 쿠바에서 다 늘었다.

사건 3. 맥주집에서 밑장 빼기 당함
남미살이에서 얻은 몇 안 되는 기술에는 스페인어로 아양 부리면서 가격 깎기가 있다. 쿠바는 외국인 가격과 현지인 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어떻게든 돈을 아껴보겠다고 오만가지 아양을 다 부렸다. 안 잘생긴 아조씨한테 잘생겼다고 사랑한다고 계속 외치고 맥주 저렴하게 사온 줄 알았는데. 개뿔. 잔돈 밑장 빼기 당했다. 우리가 낸 돈은 관광객용 화폐인 쿡 CUC이었고, 저 놈들은 현지인용 화폐인 쿱 CUP 동전으로 줬다. 참고로 1 쿡 = 25 쿱이다. 무려 25배 차이가 난다. 후.... 쿠바 이틀 차라서 멍청하게 당하고 말았다.


2018.06.27

쿠바 올드카 흥정 대성공

쿠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올드카 탑승.!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흥정이 가장 중요했다. 콜롬비아 살면서 익힌 예쁜 척하는 스페인어 악센트와 안 잘생긴 사람한테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이때 빛을 발했다. 그렇게 내 영혼을 팔아 흥정한 결과 1인당 10 쿡(10달러)으로 올드카를 빌릴 수 있었다.

Photo by Persnickety Prints on Unsplash


우연히 만난 동행이 전문 포토그래퍼였던 덕분에 슈퍼 스타 화보 찍듯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여유를 만끽하며 쿠바 아바나 시내를 드라이브하겠다는 계획은 다 전면 수정했다. 커다란 카메라 렌즈만 쳐다보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더니 쿠바인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동양에서 온 설렙인 줄 알았을 거다.

그렇게 내 인생 사진 모조리 다 찍어주시고는 사진 3년째 안 주신다. 선생님... 사진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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