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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Latin America

[쿠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헤밍웨이 모히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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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버렸던 쿠바의 여름

2018년 여름, 쿠바 여행을 떠올리면 개고생하면서 매일 욕을 달고 살았던 거랑, 길거리 피자 주워먹고 죽을 만큼 아팠던 거랑 미치게 사랑에 빠졌던 것만 생각난다. 일명 XX 불편한데 버릴 수 없는 나라라고 G언니와 궁시렁대면서 여행다녔던 곳. 생각해보면 카리브해 여행을 한여름에 갔단 자체가 잘못됐다. 이전 게시물에서 서술했듯이 쿠바여행은 비행기 연착으로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것부터 시작했다. 종이로 주는 쿠바 비자를 잃어버린 줄 알고 한국 대사관도 없는 나란데 어떡하냐고 고민하다가, 옆 도시에 있는 북한 대사관이라도 가볼까 라는 미친 생각을 했던 계획한 거 하나도 안 되는 엄청난 나라였다. +인터넷 안 터지는 건 기본.

https://nomad-lea.tistory.com/116

 

[쿠바] 엉망진창 아바나 여행_Havana, Cuba

비행기는 놓쳤고, 비자는 내일 만료, 다음 비행기는 모레. 나는 불법 체류자인가 콜롬비아 교환학생이 끝나고 볼리비아 인턴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가량의 여유가 생겨 쿠바와 멕시코 여

nomad-lea.tistory.com

 

그런데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뭘까? 어딜 가든 살사 음악이 들려오고 갑자기 비가 쏟아가면 깔깔 웃으면서 빗속을 뛰어다니다가 길거리 바에서 파는 모히또 한 잔으로 목을 축였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종종 사기는 치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순박했던 쿠바 사람들, 진짜 잘생기고 춤 잘추는 쿠바 남자들을 어떻게 잊겠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살사 추는 꼬레아나 레아

파나마에 불시착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쿠바에 도착해서 G양과 만난 다음 날, 그렇게 보고 싶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공연장으로 향했다. 남미 살사의 심장, 칼리에서 살사를 배워왔다는 자부심을 안고 모히또 한 잔을 시켜 자리에 앉았다. Buena Vista Social Club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유명한 쿠바 음악의 대표 클럽이자 공연이다. 아바나(Havana) 시내에 있는 큰 호텔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가수들은 당시에도 이미 연세가 많으셨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 돌아가셨지만, 끊임없이 쿠바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과 쿠바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그 빈 자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공연은 쿠바 전통 악기 연주와 가수들의 노래, 댄서들의 살사로 구성됐으며, 공연이 끝나갈 즈음에는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다함께 살사를 추기 시작했다.

 


나 깔레냐 살사 배운 한국인, 기술은 쿠바노보다 딸려도 흥은 절대 지지 않지. 댄서들이 나오라고 할 때 절대 부끄러워 하지 않고 나가서 덩실덩실 춤추다가 들어갔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타이틀 곡은 Chan Chan 이지만, 내 최애곡은 Quizas, Quizas (Perhaps, perhaps)이다. 안드레아 보첼리를 포함한 여러 가수들이 불렀지만 내 취향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오마라 버전이다.

 

 

Siempre que te preguto 언제나 당신에게 묻지
Que cuando como y donde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Tu siempre me respondes 당신은 내게 항상 대답하지
Quizas, quizas, quizas 글쎄 아마 아마도

 

 

Y asi pasan los dias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
Y yo desesperando 나는 지쳐가고
Y tu, tu contestando 너는 너는 대답하지
Quizas, quizas, quizas 글쎄 아마 아마도

 

 

가사를 따라 부르다 보면 다니엘과 나의 관계성이 생각나서 갑자기 열 받는다. 어이없어 진짜

 


Chan Chan
https://youtu.be/tGbRZ73NvlY


Quizas, Quizas
https://youtu.be/gCt5ghkkIMY



아바나의 국립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 감상은 안하고 말루마 흉내내기

쑥스럽지만 갑자기 미술관을 선택한 이유는 미치게 더웠기 때문이다. 민박집 같은 숙소인 까사Casa에 에어컨이 나올리 없고 습하고 더운 한낮의 아바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에어컨 나오는 장소는 얼마 없으니 여름 여행자들은 꼭 참고해야 한다. 미술관과 만사나 호텔 Mansana hotel 이다. 원래 전 날 공연을 함께 봤던 다른 동행들과 미술관을 같이 가기로 했으나 인터넷이 안 터지는 나라에서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시간 맞춰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우리가 버림받은 줄 알고 터덜터덜 떠났다.

 

 

미술관 가는 길, 알록달록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골목이 예뻐서 사진 한 컷 찍었다. 쿠바는 어딜 가든 옛날 영화 같은 풍경이라 괜히 여주인공 된 것 같고 흐뭇하다. 남자 주인공이 영원히 없는 게 문제일 뿐이다.

체게바라의 나라 쿠바답게 전투와 사상에 관련된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그게 아니었다. 아래의 그림이 너무나도 말루마 팝아트 전시 같았는걸? 평소에 말루마를 너무 좋아하지만 그의 그윽한 컨셉 따라하는 걸 즐기던 우리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차마 블로그에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입가에 손꾸락 올리고 섹시한 척 하는 포즈를 따라하면서 사진 백 장을 찍었다. 말루마 그래도 사랑한다.

 


에어컨 바람도 충분히 쐬었겠다 슬슬 밖으로 나갔다. 빨간 올드카가 반짝이고 있길래 멀리서 사진 찍고 있었더니 차 주인이 갑자기 내리더니 타보라고 한다. 사진 값 달라고 할까봐 괜찮다고 하니깐 우리가 예뻐서 제안하는 거란다. 그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에 마치 내가 차주인 것처럼 한껏 폼 잡으면서 사진 찍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보다 그들이 더 늦게 일어난 바람에 못 만난 거였다. 그 와중에 갑자기 길거리에서 재회했다. 이 정도면 인연이라니까. 옛날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 동네에서 친구들 만날 때 그냥 적당히 때가 되면 놀이터로 나가곤 했다. 그러면 친구들이 있었고 따로 약속 시간을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나던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이렇게 나도 나이를 먹어 가는구나. 그렇게 극적으로 만난 걸 기념하며 모히또를 한 잔 더 마셨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다던 모히또 바

사실 헤밍웨이는 당뇨가 심해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모히또는 즐겨 먹지 않았다고 한다. 마케팅이 이렇게 위험하다. 체코 프라하에도 헤밍웨이가 자주 가서 유명하다는 바가 있는데 나는 이제 헤밍웨이 어쩌고 하는 바는 하나도 못 믿겠다. 하지만 명성에 맞게 진짜 맛있었던 모히또. 주문과 즉시 그 자리에서 민트를 짓이긴다. 레몬과 민트향이 어우러져 입맛을 당기고 럼에 후한 쿠바답게 아찔하게 독하다. 작은 바 안에는 모히또 한 잔을 마시러 들른 사람들과 악사들이 어우러져 있었고 모두가 흥에 겨워있었다. 이런 낮술 모먼트 행복하다. 대낮부터 모두가 취해있네 알딸딸 하다.

 

 

 

먹은 코코넛 아이스크림, 더운 날씨 때문에 순식간에 녹아서 정신 없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내용이 좀 재미없다. 오늘은 여기까지, 비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쿠바 여행기 언젠가 또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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